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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원국의 글쓰기, 실용글쓰기 OOO만 알면 끝!

초코하임빠 2021. 10. 18.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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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어렵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쉽게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맛집을 다녀온 후기 하나 쓰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았다.

글을 잘쓰기 위한 고민을 했었다. 독서를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학창시절에도 문제집을 제외하곤 책이라는 것을 읽지 않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독서를 하려고 하니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문장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2~3번 이상 천천히 읽어야지만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책 읽는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읽었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부터 읽었다. 경제와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서 그쪽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독서의 양이 늘어나니 어느 정도 글을 쓸 수는 있었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은 가능했다.

글을 쓰기는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글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제대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 책을 읽으면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었다. 강원국 작가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는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글쓰기 책을 다수 출간하였다. 입담도 좋아서 유수의 매체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작가들은 쉽게 글을 쓸 것 같았다. 허나 기대는 무너졌다. 그들도 같은 사람이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 했다. 계속해서 써야지만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글쓰기에 대해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해를 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다. 글을 쓸 때 문장을 길게 써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짧게 써야 한다고 했다. 의미 단위로 끊어서 단문으로 쓰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 글도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 중이다. 쉽지 않다. 한 문장을 쓸 때 한 가지 생각만 나면 좋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라 문장이 길어진다. 바로 이 문장처럼 말이다. 앞으로 의식적으로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나의 안좋은 글쓰기 습관도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피동문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방금 위에 쓴 "나의 안좋은 글쓰기 습관도 하나 알게 되었다." 역시 피동문이다. "~알게 되었다"라는 표현보다는 "나의 안좋은 글쓰기 습관을 찾았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 왜 이렇게 피동문을 쓰게 되는 것일까. 나는 영어를 번역한 책의 문장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권에서는 수동태를 고급 표현으로 인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동태 문장을 국어로 번역하면 피동문의 형태가 된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교재들은 해외 원서를 번역한 책들이 다수다. 그 책들로 공부를 하니 피동문이 더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좋은 글을 위해서 의식적으로 피동문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작가들은 일필지휘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한 문장도 수십번씩 고쳐쓴다고 한다. 글쓰기 자체가 고쳐쓰는 것이라고 했다. 단, 쓰면서 고치는 일은 자제하라고 했다. 글이라는 것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급속히 진전이 되는데, 그때마다 고쳐 쓰다보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모두 뱉어 낼 수 없다고 했다. 우선 생각이 떠오를 때는 무조건 글을 뱉어 내고 난 뒤 고쳐쓰라고 했다. 이 부분은 공감했다. 블로그 글을 쓰다보면 속도가 안나는 날도 있고, 정말 일필지휘하는 느낌을 받는 날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블로그 글은 고쳐쓰지 않고 바로 포스팅한다. 빠르게 써진 글들 중에선 쓸 땐 몰랐지만 다시 읽어보면 엉망인 글들이 많았다. 고쳐쓰기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좋은 글은 쉽게 써지지 않는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어휘력도 필요하다고 한다. 글을 쓸 때 적재적소에 딱 맞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국어사전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유의어를 많이 익혀야 한다고 했다. 유사한 단어들이지만 문장에 딱 떨어지는 어휘를 찾을 수 있다. 어휘를 잘 쓰게 되면 문장 길이도 줄어든다. 한 단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단어를 알 지 못하면 길게 풀어서 써야 한다. 어려운 단어만 쓴다는 말이 아니다. 적합한 용어로 제대로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방금 글에서도 유의어를 사용함으로써 동어 반복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어휘, 단어, 용어 등이 유의어지만, 미세하게 뜻이 다르다.

영어 작문에서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문 실력은 유의어를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좌우된다. 국어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서 네이버 국어사전을 활용중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바로 국어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만들었다. 좋은 단어라고 생각되면 단어장에 등록하였다. 글쓰기를 할 때 단어장의 단어를 활용한다면, 해당 어휘를 체득할 수 있다. 직접 써봐야지 내 단어가 된다.

글쓰기는 어렵지만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도 할 수 있고,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글은 머리나 가슴이 아닌 엉덩이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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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글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반복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이다. 일정한 장소, 시간에 반복적으로 글쓰기를 시도해야 하고, 시도 하기 전에 의식을 치러야 한다. 직업적으로 글 쓰는 작가 대부분이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뇌에게 글은 적군이요, 글쓰기는 도망쳐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마음 먹으면 쓰지 싫은,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서너 가지 등장한다. 마감이 아직 이틀 남았다든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셨으니 오늘은 글쓰기에 적절하지 않다든다 하는 것은 뇌의 작용이다.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하라면 나는 '3습'을 꼽는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습관이다.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글쓰기 트랙 위에 자신을 올려놓고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다.

글이 안 써지면 과거를 돌아본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함께 주변도 둘러본다. 나만 어려운게 아니다. 책이건 칼럼이건 우리가 보는 모든 글을은 완성본이다. 최종본을 보니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얼마나 우아하고 완전하게 보이는지. 하지만 미처 못 본 것이 있다. 그것이 완성되기까지 거쳐온 암중모색의 과정이다. 얼마나 많은 단어와 표현이 생각났다 사라지고, 또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그들도 처음에는 백지에서 출발했고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을 것이다.

불가에 돈오점수(頓梧漸修)란 말이 있다. 돈오는 햇빛이 비치는 것처럼 번득 일어나는 깨달음이다. 점수는 거울을 닦아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깨달음, 즉 '돈오'에 이르기까지는 '점수'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갈고 닦으면 주제가 명료해지고 글의 구성이 체계적으로 잡히는 '돈오'의 순간이 온다.

'이연현상'이란 게 있다. 서로 관련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생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헝가리 철학자 아서 쾨슬러가 주창했다. 이연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답을 찾고자 하는 분명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들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

글쓰기에는 관심, 관찰, 관계라는 '3관'이 필요하다. 아니 필수적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관점이다. 글을 쓰려면 쓸 대상이 있어야 한다. 쓸 사람, 쓸 사건이 필요하다. 그런데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관심이 관찰하게 하고 관점을 만든다. 있는 세상도 '관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안는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다. 사물이나 사람을 잘 관찰하는 사람은 시와 소설을 쓴다. 기자는 사건을 잘 관찰하는 사람이다.

'관계'도 중요하다. 진공 상태에서 만들어진 글은 공허하다. 관념적이다. 현장감이 없다. 생생하지 않다. 다른 사람과 관계, 사회 속에서 관계, 이 일과 저일의 인과 관계가 필요하다.

관찰의 단계

1단계 :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글로 옮겨보는 것, 묘사

2단계 : 느낌을 말하는 단계, 감상

3단계 :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단계

4단계 : 내 주관과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비판하는 단계,

5단계 : 나를 보는 것,

마지막 단계 :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단계,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것,

시나 소설 같은 문학에 필요한 눈이다. 글을 쓰는 데는 네 개의 눈이 필요하다. 육안(肉眼)은 사물을 본다. 지안(智眼)은 생각을 본다. 심안(心眼)은 느낌을 본다. 영안(靈眼)은 너머를 본다.

동물에서 같은 원숭이를 봐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반응은 다르다. 육안은 단지 구경한다. 지안은 학교에서 배운 진화론을 떠올린다. 심안은 같힌 원숭이를 불쌍하게 여긴다. 영안은 원숭이가 지배하는 사회를 상상한다.

시인 장석주는 <대추 한 알>이란 시에서 대추를 이렇게 바라보았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영안으로 대추를 본 것이다.

평소 쓰기 위한 네 가지 도구 - 독서, 토론, 학습, 메모

1. 독서 : 남의 생각을 빌려 자기 생각을 만드는게 독서다. 독서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다.

2. 토론 : 말을 하면 생각이 정리된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이 일목요연해진다. 또한 생각이 발전한다. 없던 생각이 만들어진다. 언제 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샘솟는다.

3. 학습 : 호기심과 문제의식만 있으면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다.

4. 메모 : 메모는 그 자체가 글쓰기이고 생각하는 과정이며, 훌륭한 글감이다. 메모는 완전한게 아니다. 생각의 조각을 키워드 중심으로 써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메모의 가장 큰 효용은 글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글쓰기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 대한 이야기

- 글은 재능으로 쓴다? 땀과 노력으로 쓴다.

-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다? 보통 사람, 힘없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무기다.

- 아는게 많아서 쓴다? 쓰면서 아는 것이다.

- 글은 첫 줄부터 쓴다? 아무 데서나 시작해도 상관없다.

- 글쓰기는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경우에 따라 함께 쓰면 더 잘 쓸 수 있다.

- 글은 머리로 쓴다? 글은 가슴과 발로 기획하고 엉덩이로 마무리한다.

- 글쓰기는 창조적 행위다? 어딘가에 있던 것의 재현이고 모방이다.

질문은 핵심 질문과 보조 질문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글을 왜 쓰는가?'가 핵심 질문이라면, 보조 질문으로 '글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는가?','글은 독자와 자신 중 누구를 위해 쓰는가?' 등을 물어야 한다. 서론에서 핵심 질문을 던지고, 본론에서 보조 질문에 답한 후, 결론에서 핵심 질문에 대답한다.

재미의 요소 - 교훈, 갈등, 시련, 행복한 결말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글 쓰는 일은 나무에 꽃을 피우는 일과 같다고 했다. 내 생각에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두려움과 나태, 욕심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이 뿌리의 역할이다. 줄기에 해당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생각, 즉 관점과 해석, 시각, 가치관, 세계관 등이다. 가지에 해당하는 것은 기본기다. 어휘력, 문장력, 구성력 등이다. 잎에 해당하는 것은 스킬이다. 다양한 글쓰기 방법이 그것이다. 그런 결과로 글이라는 꽃이 핀다.

글쓰기에 필요한 생각은 여섯 가지다. 지식, 해석, 경험, 느낌, 상상, 통찰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내 안에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첫째, 지식이다. 우리는 아는 것으로 쓴다. 글의 주축이다. 하지만 검색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

둘째, 해석이다. 사물이나 사안에 관한 자기 의견이나 판단이다.

셋째, 경험이다. 겪은 것이 글의 소재가 된다. 독자에게 가장 와닿는 글감이기도 하다. 내 경험만이 아니라 남의 경험도 해당한다. 내 경험은 일화이고, 남의 경험은 사례다.

넷째,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면서 느끼는 감각이다. 가장 원초적인 생각이다.

다섯째, 상상이다. 땅의 중력에서 벗어나 비상하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의 경지다. 호기심을 통해 얻어진다.

여섯째, 통찰이다. 일종의 깨달음이다. 통상 사유라고 말하는 그것이다. 직관, 혜안이라고도 한다. 이것이 자기 내면을 향하면 성찰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살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즉 양심과 도덕, 삶에 관한 고민이다. 통찰과 성찰은 가장 어려운 '생각'이다.

생각은 탐색, 확장, 평가, 선택의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을 보고 들으며 탐색한다. 그러면 무언가 떠오른다. 떠오른 생각에 새끼를 친다. 모든 가능한 생각을 소환한다.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다. 확장해서 만드어진 생각을 목적, 가치, 수단의 측면에서 평가한 후 최선의 생각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근거, 이유를 붙인다.

글은 이 때 써진다. 평가와 선택이라는 응축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탐색 단계에서 쓰면 설익고, 확장 단계에서 쓰면 자기 생각이 아니어서 날아다닌다.

마음이 사람을 향하면 공감, 사물을 향하면 호기심, 사건을 향하면 문제의식, 미래를 향하면 통찰, 나를 향하면 성찰이 된다. 이 모두가 글감이 나오는 통로다.

이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공감이다. '사람'이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을 분류하면 크게 세 종류다. 먼저 감정을 이입하는 '정서적' 공감 능력이다. 이런 사람은 남의 마음과 심정을 잘 헤아린다.

다음으로는 역지사지하는 '이성적' 공감능력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거나 남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이 들어 정서적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사이코패스'가 되고, 이성적 공감, 즉 역지사지하지 못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

끝으로 '사회적'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 뇌신경학자 매튜 D. 리버먼은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에서 우리 뇌는 아무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생각하고, 틈만 나면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한다. 불의에 분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의감 같은 게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금을 쓴다.

글은 단어의 나열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적절한 단어를 내 머리에서 뽑아내는 과정이다.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고, 문장이 모여 문단을 만들고, 문단이 모여 글이 한 편 완성된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려면 단어를 잘 써야 한다. 단어가 신속하게 생각나면 글을 빨리 쓰고, 단어가 다양하게 떠오르면 글이 유려하며, 정확한 단어를 찾아낼 수 있으면 명료한 글이 된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글쓰기가 지체되고, 같은 단어를 되풀이하게 되며, 문맥에 맞지 않는 단어를 남발하게 된다. 한마디로 글이 허접해진다.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

1. 어휘력을 높이겠다는 각성이 먼저다.

2. 단어를 유념해 글을 읽는 것이다.

3. 글을 쓸 때 국어사전을 가까이한다.

4.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보자. : 어느 단어 하면 떠오르는 연관 단어를 최대한 끌어보아 차곡차곡 정리, 단어 채집 놀이를 하다 보면 어휘력이 일취월장한다.

5. 단어의 어원에 관심을 가져보자.

6. 키워드 중심으로 글을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휘는 생각을 들여다보는 창과 같다. 더욱 뚜렷하게 해주거나 흐릿하게 한다. 어휘를 잘 선택하되, 의미를 왜곡해선 안 된다.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

1. 단문으로 쓰는 것이다.

잘 쓴 문장의 기본 조건은 좋은 내용과 쉬운 이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단문으로 쓴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일수록 장문으로 쓴다. 문장을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 쓴다. 예를 들어, '나는 예븐 그녀를 사랑한다'는 '나느 그녀를 사랑한다.'와 '그녀는 예쁘다'로 쪼개 쓴다. 한 문장 안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하나만 담는다. 메시지가 두 개면 문장을 둘로 나눈다.

2. 문장성분 간 호응은 필수다.

우리글의 문장성분은 일곱 가지밖에 없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가 전부다. 이 가운데 관형어는 주로 명사를 꾸미고, 부사어는 동사와 형용사를 꾸민다.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다. 영어는 주어와 동사가 가깝게 붙어 있다. 우리말은 주어와 서술어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호응 관계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그만큼 높다.

3. 수식어는 절제한다.

꾸미는 말이 많으면 꾸밈 받는 말과 조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수식어가 많으면 글이 담백하지 않다.

4. 주어에 신경 쓴다.

우리말은 주어를 생략해도 되지만, 주어가 실종되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읽어보고 어색하거나 의미가 전달되지 않으면 주어를 찾아서 넣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나는', '내가' 등의 주어를 반복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주어 앞의 수식은 없애거나 최대한 짧게 한다. 주어는 가능한 사람으로 하는게 좋다. 주어가 사람이 아니면 피동문이 되기 쉽다.

5. 피동문은 가급적 피한다.

피동문을 쓰면 이런 단점이 있다.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 문장에 힘이 없다. 문장이 길어지고 이해하기 어렵다. 사돈 남 말하듯 한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모인 성금은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여진다" 같은 문장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모은 성금은 유용하게 쓰겠다."로 고쳐 써야 한다.

6. 수사법에 관심을 갖는다.

수사법은 56가지나 있는데, 그 중 대구법과 은유법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문장은 대구, 대조, 반복, 비유, 직유가 많다.

7. 어미를 다양하게 써보자.

어미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연결어미와 종결어미만 주목하면 된다. 종결어미에는 평서형, 의문형, 감탄형, 명령형, 청유형이 있다. 이 가운데 '이다','있다','것이다'

같은 평서형을 가장 많이 쓴다. 여기에만 머물지 말고, 의문형, 감탄형, 청유형 등을 다채롭게 써보자. 문장의 맛이 달라진다. 연결어미도 '~이고', '~이며', '~이랑'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해보자.

8. 가급적 동사형 문장을 쓴다.

명사형 표현이 좀 있어 보이는, 다시 말해 잘 쓴 글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명사형 표현은 '명사'라는 말 그대로 정지해 있다. 죽어 있는 표현이다. 반면 동사형 표현은 역동적이다. 살아 있다. 살아 있어야 마음이 움직인다.

9. 문장을 쓰고 나면 소리 내 읽어보자.

읽다가 어색하면 그 부분을 고치자. 글은 연결이다. 관계가 어울려야 한다. 어울리려면 어절과 어절, 문장과 문장 사이의 관계가 적절해야 한다. 관계가 적절해야 문맥이 통한다. 글에 혈관이 잘 이어져 피가 돈다.

'것이다'는 문단의 첫 문장에는 쓰지 못한다. 마지막 문장에 주로 쓰인다. 그것도 가급적 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할 것이다','될 것이다','있는 것이다'는 '한다','된다','있다'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꼭 써야 할 때는 '것이다'만 쓰지 말고 '점이다','사실이다'와 번갈아가며 써보자.

접속부사는 가급적 제한한다. 안 쓸수는 없다. 써야 할 경우에는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 등 '그'자 돌림보다는 비슷한 의미의 다른 접속 부사를 찾아보자.

- 순접 : 게다가, 더욱이, 더구나, 아울러,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런 점에서, 어쩌면, 하물며, 이처럼, 이같이, 바로

- 역접 :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반면에, 도리어, 오히려, 반대로

- 인과 : 따라서, 그러니까, 그리하여, 그렇기 때문에, 그러면, 그러니, 급기야, 마침내, 왜냐하면

- 전환 : 다른 한편, 그렇기는 해도, 다만, 바꿔 말하면

- 보완 : 즉, 곧, 말하지만, 예를 들면, 일례로, 사실상, 예컨대, 덧붙여, 구체적으로, 왜냐하면, 이를테면, 다시 말하면

- 종결 : 끝으로, 결국, 결론적으로, 마지막으로, 요컨대, 결과적으로, 분명한 것은, 종합하면

자기암시법은 자신이 주는 자극에 반응하여 이성이 아닌 무의식이 작동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자기가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자기암시법의 핵심 키워드는 믿음, 집중, 반복이다. 믿고 집중해서 반복하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런 언어 암시를 '쿠에이즘' 또는 '쿠에법'이라고 한다.

이런 말이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일은 영하 30도 시베리아 벌판에서 몇 달씩 묵혀둔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과 같다. 손은 꽁꽁 얼어 굳어 있고, 차장 밖에서는 북금곰이 덮질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글깨나 쓰는 사람은 시작하는 방법을 10여 개는 갖고 있다.

흔한 방식이지만,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글을 쓰게 된 동기, 쓰는 목적, 취지를 설명한다. 배경 설명으로 시작하면 마음 편하게 시동을 걸 수 있다. 독자를 예열시키는 효과도 있다. 주제에 집중해서 시작할 수도 있다. 하고자 하는 얘기의 요점과 주제를 명확히 밝힌다. 논문이나 딱딱한 글에 적합하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화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이 서른만 넘으면 주제와 관련한 기억이 뭐라도 한두 가지 떠오른다. 가장 좋은 소재는 누구에세도 밝히고 싶이 않은 이야기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도둑질한 일을 고백하는 것이다. 다만 '나'로부터 시작하되, 나에게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로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시작과 끝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수미상관이다. 시작에서 암시만 하고 끝에서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고, 시작에서 쓴 말을 끝에서 반복함으로써 강조할 수도 있다. 바로 시작과 끝의 대구이다. 수미상관은 영화에서도 자주 쓰인다. 수마상관을 잘 활용하면 독자에게 잔잔한 미소와 여운을 선물할 수 있고, 메시지를 각인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평범하고 담백한 시작도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 가장 감동적인 연설인 '한일관계 입장 발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진부함이 오히려 진정성으로 다가온다.

핵심 개념을 정의 내리는 것으로 출발할 수도 있다. 개념, 용어의 뜻을 풀어주거나, 관련 이론과 트렌드를 소개한다. 정의를 내려놓고 시작하면 글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정의는 또한 글을 어떤 방향으로 어느 수준까지 다룰지 정하는 역할도 한다. 정의하기에 따라 글의 방향이 정해지고 논의 수준이 한정된다.

뜬금없는 시작, 예상 밖의 시작도 좋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작은 피할수록 바람직하다. 하고자 하는 말에 복선을 깔아주는 방법도 있다. 독자에게 질문하거나 대화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무슨 내용이 전개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또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서 시작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늘어놓고 이것은 상상이라고 밝히는 것이다.

나는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면 다섯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 내가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주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이를 마무리에서 어떻게 강조할까 고민한다. 둘째, 글의 시작과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 따져본다. 시작과 일맥상통하면 잘쓴 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길게 쓰려는 충동을 억제한다. 마지막이 되면 글줄이 터지기도 하고,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은 노파심에서 장화해지기 십상이다. 주례사처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글은 최악이다. 넷째, 기발하게 끝내고 싶은 욕심을 자제한다. 독자의 박수를 받고, 심금을 울리겠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에너지 고갈을 핑계로 흐지부지 끝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친다. 축구는 선수들이 지쳐 있는 마지막 인저리 타임에서 승부가 많이 갈린다. 글쓰기 승부처도 마지막 끝맺음이다. 용두사미야말로 가장 피해야 할 경계 대상이다.

글을 마무리하는 노하우

1.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거나 전체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2. 뜻밖의 반전을 꾀할 수는 없는지 고민한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3. 제안하거나 호소, 당부하면서 끝낸다.

4. 향후 과제, 전망,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함으로써 시야를 미래로 확장한다.

5. 개인적 약속, 다짐을 하며 마무리한다.

6. 남의 말이나 통계 등을 인용하면서 무난하게 마친다.

7. 격언, 명언, 경구, 속담과 같은 아포리즘을 활용한다.

8. 시작 부분을 가져와 수미상관으로 맺는다. 이는 시작과 마무리르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

9. 질문함으로써 독자에게 결론을 맡긴다.

10. 연설문의 경우 행복, 행운, 건강, 건승을 기원하는 덕담을 한다.

'아프리카 난민을 도웁시다' 하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 나이가 몇 살이고 이름이 무엇인 소녀가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해야 움직인다. '나무'보다는 '마을 어귀에 서 있던 버드나무'가 낫고, 그보다는 '어릴 적 어른들이 개를 매달아 잡던 버드나무'가 더 낫다. '무기' 보다는 '권총' 또는 '장총'이 낫고, 권총보다는 '38구경 리볼버'가 더 구체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작품을 쓸 때 자동차의 모델명까지 구체적으로 쓴다. 추상적으로 쓰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거든 몸을 쓰자.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손을 자극하자. 뇌와 몸은 하나다. 생각이 움직으로 나타나고, 움직임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삶, 그것이 진정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다.

나는 인생에서 기회가 두 가지 통로로 온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도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다. 시도하지 않으면 기회는 찾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그 일이 다른 기회를 가져다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일단 한 줄을 쓰면 그다음 줄이 만들어진다. 쓰면 써지는 게 글이다.

말과 글과 생각은 긴밀한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생각은 말과 글로 표현된다. 생각이 났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말과 글로 표현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생각은 말과 글로 만들어진다.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생각이 난다. 말과 글은 표현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생각을 만들어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생각이 좋다, 말을 잘한다, 글을 잘 쓴다는 의미는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글을 두 단계로 나눠 쓴다. 1단계로 쓰고, 2단계로 고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쓰면서 고친다. 그래서 글쓰기가 힘들다. 쓰면서 고치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머릿속에 있는 걸 쥐어짜 꺼내기도 바쁜데, 그것을 고치기까지 하다니. 일단은 쓰고 나서 고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자. 찾아볼 것도 많고 확인할 것도 많다. 여기에 공을 들이자.

퇴고 체크 리스트

1. 문장을 더 자를 순 없는가.

2. 뺄 것은 없는가.

3. 더 맞는 단어는 없는가.

4. 반복되는 단어는 없는가.

5. 이해 안되는 부분은 없는가.

6. 인명, 지명, 연도, 외래어 오류는 없는가.

7. 문장과 문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

8. 주어-술어, 목적어-술어 호응은 맞는가

9. 와/과, 하고/하며 전후의 문구는 대등한가.

10. 수식어와 피수식어 관계는 적절한가.

11. 주어와 목적어 누락은 없는가

12. 서술어는 간략하고 다양한가.

13. 불필요한 피동형은 없는가.

14. 어색한 조사와 어미 사용은 없는가.

15. 문장과 문단 순서를 바꿀 곳은 없는가.

16. 상투적 표현은 없는가

17. 부연 설명이 필요한 곳은 없는가.

18. 각 문단은 그 자체로 완결한가.

19. 하고자 하는 말이 드러나는가.

20. 독자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책쓰기 관련 용기를 주는 문구

- 내 글과 내 경험을 판단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

- 인생을 글로 쓰는 일에 정해진 규칙 같은 건 없다.

- 나와 똑같은 삶을 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지 문학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다.

- 가장 훌륭한 책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다.

- 책 쓰기는 주인의 사람을 살게 해준다.

- 일생에 한 번은 책을 써라

- 오직 책 쓰기만이 두 번째 삶이라는 기회를 준다.

독자는 세 가지를 원한다. 재미와 효용과 감동이다. 재미와 효용은 기본이고, 감동은 그 결과이자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최상의 글은 이 세 가지를 충족해준다.

재미는 필요조건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에서 나온다. 그 대신 지식이나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로 접근해야 한다. 효용은 충분조건이다. '어떻게, 왜'로 얻어갈 거리로 줘야 한다. '어떻게'로 노하우를, '왜'로 깨우침과 지적 포만감을 안겨줘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읽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얻어가는 게 없으면 화를 낸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기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수지맞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횡재했다고 느꼈을 때 독자는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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